지켜나가는 사람,

  많은 역할들을 수행해나가는 나의 시간과 공간속에서 진정한 '나'는 누구일까?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만난 독일 아주머니와의 대화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말한 것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과연 누가 살아갈 자격이 있나 싶다.(UV- Who Am I 가사 참고, 다른 이야기지만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참 재밌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비틀즈의 렛잇비가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10시간 정도 비행을 하면서 '나'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을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비행기안에서 모니터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 몇 편의 영화를 봤지만 그 중에 나를 다시 숨쉬게 한 영화는『Unbroken』(감독:안젤리나 졸리, 2014) 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씨네 21을 참고하였다. 

19세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
47일간의 태평양 표류
850일간의 전쟁 포로
살아있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했던 한 남자의 기적 같은 삶!

우유병에 술을 담아 마시고 몰래 담배를 피우며 꿈도, 미래에 대한 열정도 없던 반항아 ‘루이’는 운명처럼 육상을 시작한다. “견딜 수 있으면, 해낼 수 있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집념과 노력으로 루이는 19살에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해 세계가 주목하는 육상선수가 된다. 하지만 제 2차 세계대전이 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찾아오고 그는 공군에 입대해 수 많은 전투 속에서 살아남지만 작전 수행 중 전투기 엔진 고장으로 태평양에 추락하고 만다. 두려움으로 가득한 망망대해 위에서 삶에 대한 의지만으로 47일을 버티던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일본 군함. 살았다는 기쁨도 잠시, 그의 앞에는 더 큰 위기가 찾아오게 되는데...


  영화에 대한 얘기보단 '나'에 대해 말하고싶다. 나는 어릴적부터 혼자 자랐다.(사실 처음부터 혼자였다고 말하는게 더 나을까?) 배 다른 형이 셋이나 있었지만 함께 살지는 않았다. 맞다. 요새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흔하지 않은 일들이 나에게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세밀한 가정사까지는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뭐 그랬다. 이런저런 연유로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독립심이 강했고,(5살때 시내버스를 타고 피아노 학원을 갔고, 초등학교 1학년때는 버스타고 40분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돈에 대한 관념도 또래애들과는 달랐다.가난했던 집안 형편에 다른 사람때문에 빚까지 지게 되어 어머니는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이미 오래전에 우리집은 파산신청을 하였다.  따라서 한푼 두푼이 너무나 소중했고 근검절약을 배웠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보다 아버지는 티끌을 바람에 날리면 태산도 무너진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내 나이 또래에 중학교때 신문배달을 한 친구는 많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가끔 나의 씀씀이를 볼 때, 그때의 배움이 어디갔나 싶을 정도로 놀랄때가 있다는 사실은 부끄럽다.) 이런 환경이 나를 혼자 유럽으로 떨어트린지도 모르겠다. 여러가지 상황들은(간략한 태생과 경제적인 부문만 적었지만) 나의 존재적 물음에 질문을 던졌다.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가난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대표적으로 이런 질문들은 끝없이 나를 쫓아다니면서 괴롭혔다. 여기에 대한 답은 아직 모두 정확히 내리지 못했고 차근차근 찾아가고 있다. 이것들을 고민하고 씨름하는 시간들이 힘겹지만 그러는 내 모습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호흡하게 한다. 그 숨이 원동력이 되어 또 다시 고민에 뛰어든다. 여기에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COGITO ERGO SUM' 이랄까. 


  그런데 영화에서 재미난 대사가 있었다.(내용을 쓰면 스포가 되기 때문에 대사만 쓰겠다. 궁금하면 보소서)

  "why are here?"란 질문에 "here is the plan"이란 대답을 한다. 이 대사는 포로수용소의 배경에서 나온다. 왜 여기에 있을까라는 물음에 누군가가 이곳이 목적과 계획이기 때문이라고 한 이 대화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깊은 여운을 주었다.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리고 앞부분에 주인공이 올림픽을 위해 떠나는 장면에서 친구가 그에게 말한다. "A moment of pain is worth a life time of glory. remember it!"  이 장면에서 로마서 8장 18절이 생각났다. 


지금 우리가 받는 고난은 

앞으로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전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순간의 고통은 평생의 영광에 가치가 있다는 이 말을 전하는 친구와 이 말을 듣는 당사자는 어떤 기분일까? 지금 나에게 닥치는 어려움, 고통은 멀지 않은 영광을 생각할 때 이겨낼 수 있어!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영화는 나를 '신자의 영광됨'이라는 주제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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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파다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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