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외로움에 길들여진 후로
차라리 혼자가 마음편한 것을
어쩌면 너는 아직도 이해 못하지
내가 너를 모르는 것처럼

언제나 선택이란 둘 중에 하나
연인 또는 타인뿐인걸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나의 슬픔을
무심하게 바라만 보는 너

처음으로 난 돌아가야겠어
힘든 건 모두가 다를 게 없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뿐이야
약한 모습 보여서 미안해

하지만 언젠가는 돌아올 거야
휴식이란 그런 거니까
내 마음이 넓어지고 자유로워져
너를 다시 만나면 좋을 거야
처음으로 난 돌아가야겠어
힘든 건 모두가 다를 게 없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뿐이야
약한 모습 보여서 미안해

약한 모습 보여서 미안해

 

https://www.youtube.com/watch?v=_TtV4WEJh2w

( 로이킴이 부른 "서울 이곳은". 로이킴의 오리지날 리메이크 음원이 아니라 어쿠스틱 버전이지만, 나는 이게 더 맘에 든다 )

 

 

0.

오랜만에 쓰는데, 뮤지컬이 아닌 드라마라니. 누군가가 '당신은 연재자의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용돈을 스스로 해결하기 시작하면서, 뮤지컬에 도저히 생활비를 쓸 엄두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죠. 는 핑계일수도 있습니다. 프레스콜로 수많은 뮤지컬 영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변명은 그만하고,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응답하라 1988이 아니라, 응답하라 1994라니. 시대를 뒤쳐가도 한참 뒤쳐가는 중임은 인정합니다(심지어 수정중인 지금은, 응팔 마저 끝난 상태) 그러나, 한 번 보기 시작하니 자꾸 보고 싶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매우 좋은 작품임도 인정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왜 응답하라 1994를 지금 보느냐가 아니라 왜 오프더레코드를 하면서 까지 응답하라 1994, 특히나 많은 ost중 '서울, 이곳은'를 다루려는가입니다.

 

1.

응답하라 1994는, 그 유명한 응답하라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입니다. 향수를 일으키는 소재를 중심으로 쫄깃한 갈등들이 펼쳐지다보니, 케이블 드라마로써는 이례적으로 꽤 높은 시청률을 매번 찍습니다.

전작 응답하라 1997은 센세이션급으로 우리나라에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매우 흥행했던 전작을 뒤로하고 만드는 후속작은 아마 부담감이 컸을 것입니다. 그런 부담감을 안고 응답하라 1994 제작진들이 선택한 메인테마곡은, '서울 이곳은' 이었습니다.

 

 

 

2.

이제 갓 서울에 상경한 삼천포는, 앞으로의 본 거주지가 될 신촌 하숙집을 찾아갑니다.

나정이네 어머니께서 뭐라뭐라 말해주시지만, 서울 지리가 다 거기서 거기일테니, 일단 찾아가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서울역 지하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신촌행 열차는 오지 않고, 애꿎은 청량리행 열차만 계속 들어옵니다.

 

초조해진 삼천포는, 옆 자리에 앉은 아저씨께 '서울사람 다운 온화한 미소'를 건네며, 여쭙기를 시도합니다.

"저.. 저기.. 신촌행 열차는 언제와요?"

당황하신 아저씨에게, 삼천포는 '서울사람다운 나긋나긋한 억양'을 구사하며, 다시 여쭙기를 시도합니다.

"제가 신촌을 갈려고 하는데요.

(눈알을 굴리며) 지금까지 의정부 북부행 열차 세 번, 청량리행 열차 두 번,

의정부행 열차, (한숨을 쉬며) 또 세 번, 청량리행 열차 한↗버언↘..

신촌행 열차는 도대체 언제..

...언제 와요?"

 

아저씨로 부터 신촌행 열차가 따로 없음을, 아무거나 타서 시청역에서 내린 뒤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정보를 들은 삼천포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하지만 전철을 타도 산 넘어 산 입니다.

환승은 왜 지상이 아니라 지하에서 이루어지는 건지, 택시는 왜 안쪽까지 안들어가는지.. 야속하게도 서울 지하철은, 삼천포에게 어렵기만 합니다.

 

3.

고생 고생 끝에 신촌역까지 다다른 삼천포에게, 또다른 시련이 찾아옵니다. 급한 마음에 일단 아무 출구나 찾아 밖으로 나왔더니, 자신이 찾던 그레이스 백화점을 가려면 아까 나왔던 그 출구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들은 것입니다. 신촌역만 가면 모든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난관에 봉착한 삼천포는 갑갑한 마음을 안고 다시 왔던 출구로 되돌아갑니다. 

그 극적인 상황에서 울려퍼지던 음악은 '서울, 이곳은' 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마치 삼천포가 하려던 대사를 대신 해주는 듯, 노래 선곡은 아주 탁월했습니다. 낯선 환경에 이리저리 시달려 지치고, 타지에 홀로 있는 외로움을 제대로 반영해주는 가사와 어쩐지 쓸쓸하게 들리는 멜로디. 거기에 로이킴의 따뜻한 목소리는 금상첨화입니다.

'서울, 이곳은'은 공감을 얻고자 하는 대상이 매우 뚜렷한 노래입니다. 바로 새로운 환경에 초조함을 느끼고 여유를 가지지 못 하는 그러한 사람들이 그것입니다. 노래의 화자는, 계속해서 돌아가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쩐지 낯선 환경에 패기있게 도전했다가 적응하기를 실패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고백인 것으로 들립니다. 삼천포는 과연 삼천포에서도 초조하게 길을 헤맸을까요? 아니, 오히려 여유롭게 지름길로 갔을 것입니다. 본래 길치가 아닌 삼천포가 어리버리한 길치로 변해버린 것은, 본인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달라진 서울환경 탓에 여유를 잃어버린 까닭입니다.

 

4.

세태의 변화가 빠르고, 뒤쳐지면 도태되는 이 시대에서 이러한 노래는 우리에게 더욱 공감을 줍니다. 가만히 있어도 자고 일어나면 흐름이 바뀌어있는 이 세상에서는, 날로날로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초조함에 휩싸여 여유로움을 찾기란 너무 힘듭니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보여서, 내 자신이 너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인가 싶어 자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더더욱이 주변인들의 기대를 안고 떠나온 케이스라면, 그 사람들의 기대에 대한 미안함도 더합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절대 본인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삼천포가 길을 잃은 것은 낯선 서울 환경에서 길을 찾느라 여유로움을 잃어버린 까닭입니다. 삼천포가 지하철에 익숙하고 환승에 익숙했다면, 10시간이 아니라 1시간 만에 하숙집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시간 만에 하숙집에 도착하는 그 날이 오기 위해서는 단 한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너무 빠르게 바뀌어버려 적응하기 힘든, 내가 처한 그 상황을 무조건 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입니다. 삼천포가 서울 지하철에 익숙하기 까지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자신을 이렇게 자괴감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환경임을 인식하고, 그 초조함에서부터 자유로워져 여유를 되찾으려 노력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 '초조함'에서 '여유로움'으로 가기 까지의 과정은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노래의 화자와 삼천포는 둘 다 낯선 서울 살이에 지친 상태로, 같은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그러나 둘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노래의 화자는 휴식을 가지고 '내 마음이 넓어지고 여유로워져 너를 다시 만나기'를 선택하였고, 삼천포는 '미우나 고우나 서울에 남아 하숙하기'를 선택하였습니다. (물론 삼천포가 삼천포로 돌아갈지, 서울에 남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였는지 극 중에는 나오지 않지만, 분명히 때려치고 내려가고 싶다는 고민이 들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택은 이분법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서, 어느 한 쪽이 옳은 결정이라고 말 할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각 선택에 대한 한계점은 분명 존재합니다. 휴식을 가진다 해도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피하려고 했던 그 상황에 다시 마주쳐 같은 어려움에 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남아있기를 선택한다 하여도 돌파하는 과정 가운데에 심신이 지쳐 번아웃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그 한계 또한 자신의 선택임을 인식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분명 좋은 경험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상황을 압도하면,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상황은 누리고자 있는 것이지, 휘둘리고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상황도 우릴 묶을 수는 없고, 인간은 그저 묶이기만 하도록 지어진 존재도 아닙니다. 그러한 상황이 닥칠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와 이 상황이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가를 성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를 명확하게 알 수록, 우리는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 탓이 아니었구나!'

 

 

p.s. 자꾸 제가 길치인 것에 대한 해명글처럼 보이지만, 그건 절대 아닙니다^_^


WRITTEN BY
파다고기

,

 

 

가슴이 두근거려

널 만난 그 순간 기적 같아

꿈꾸는 너의 두 눈동자에 난 눈을 뗄 수 없었어

강렬하게 사로잡는, 너의 생각, 너의 신념, 너의 의지, 그 속의 너

 

이제껏 나 살았던 인생들 모든 걸 다 의심했던 순간

태양처럼 다가온 널 보면 그동안 나 얼마나 초라한지,

 

어쩌면 우리 처음 만난 날(우리 처음 만난 그 순간), 그 날에 정해졌던 운명.

이제야 알게 되었을 뿐, 지금 그 순간이 다가온 거야

날 위해 울지마, 이것만 약속해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함께 꿈꿀 수 있다면, 죽는데도 후회하지 않아(괜찮아, 행복해)

내가 가진 모든 걸 버리고 너의 그 꿈 속에 살 수 있다면 나..

 

네가 말해주는 미래가 내 앞에 펼쳐지지 않는다 하여도(해도)

어차피 그 날의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다시 사는 내 인생도 없었을 거야

 

너와 함께 꿈 꿀 수 있다면 죽는데도 괜찮아, 행복해

내가 가진(믿던) 모든 걸 버리고 너의 그 꿈 속에 살 수 있다면

나약했던 내 과거를 모두 잊고 너와 함께 새 세상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나

너의 꿈에 살고 싶어

 

※앙리 역은 박은태 배우와 한지상 배우의 더블캐스팅인데, 두 분이서 부르시는 가사가 조금씩 다릅니다.

저는 한지상 배우의 가사를 중심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박은태 배우가 부른 가사는 괄호안에 따로 넣어두었습니다.

앙리역의 박은태, 빅터역의 이건명이 출연한 프레스콜 무대 : https://www.youtube.com/watch?v=SICcvIB6gGE

제작발표회에서 부른 앙리역의 한지상 배우 : https://www.youtube.com/watch?v=3C8PR3GLjJw

 

 

 

 

0.

수능이 끝나기만을 바라던 고3 시절에, 눈여겨보던 뮤지컬이 있습니다. 손으로는 끊임없이 국어영역을 풀고 인터넷수능을 들여다봤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뮤지컬이 있습니다(쓰고 나니, 자랑은 아니군요). 그러나 돈이 안 생겨 결국 못 보겠지 라며, 결국엔 포기하려던 뮤지컬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원하던 대학에 붙지 하여 눈칫밥을 먹으며 살던 2월 초, 어쩌다 보니 돈이 생겼더랍니다. 혹시나 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4명의 배우들(이건명, 한지상, 리사, 서지영)로 이루어진 날이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엄청난 확률로 딱 하루가 있었습니다. 당장에 예매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추가합격 통보를 받아 합격한, 원하던 대학에서 맞이한 첫 4월에, 당당히 프랑켄슈타인을 보러갔습니다. 이렇게 저의 프랑켄슈타인앓이가 시작되었습니다.

 

 

 

1.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의 기괴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소재만 따왔을 뿐, 내용 전개는 전혀 다릅니다(혹시나 해서 직접 읽어봄). 게다가 우리가 아는 그 거대한 못이 귀 위에 박힌 그런 징그러운 프랑켄슈타인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에, 침을 줄줄 흘려도 잘생기고 멋있는, 한지상 괴물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법을 알아내어 생명을 창조한 미친 과학자가 아니라, 큰 눈을 가진 슬픈 소년의 과거를 간직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나옵니다. 소설과 뮤지컬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주인공의 이름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것과, 배경이 스위스 제네바라는 것입니다. 아마 공포영화를 생각하고 보시는 분이라면, 실망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2.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프레스콜 현장 촬영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MpaBaIbh4Ic : 빅터역의 유준상, 앙리역의 박은태)으로도 볼 수 있는 넘버 단 하나의 미래를 보면 뮤지컬의 흐름, 분위기를 대충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강 말하자면, 생명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내용의 노래인데, 빅터는 생명을 창조할 수 있으며 과학은 위기의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구원자라고 주장합니다. 그에 반해, 앙리는 과학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도구이며 인간의 야망은 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점점 둘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앙리는 빅터의 의견에 동의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과학은, 전쟁으로 인해 죽이는 과학 위주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살리는 과학, 즉 생명의 주체자가 되어 생명을 되살리는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결국, 앙리는 빅터의 의견에 동의하게 되고 그와 뜻을 함께 하게 됩니다. 그 목적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리고 둘은, 함께 연구를 하면서 친구 그 이상의 관계를 쌓게 됩니다.(왕용범 연출은, 두 사람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지칭하였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하던 중 갑자기 앙리가 처형 위기에 처합니다. 이유인 즉슨,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질러버린 친구 빅터를 대신하여 죄를 뒤집어 쓴 것이었습니다. 빅터는 자신의 죄라고, 자신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호소했지만, 미치광이로 찍힌 빅터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빅터는 결국 감옥에 있는 앙리를 찾아가, 사실대로 말하고 자신이 죗값을 담당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앙리는 말합니다. “니가 살아야, 우리 연구 계속 할 수 있잖아.”

 

그리고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친구야, 우리 처음 만난 때 생각난다.”

3.

그리고 이 장면에서 불려지는 노래가 너의 꿈속에서입니다. 이 노래가 끝나고 앙리는 처형되니(스포일러 죄송), 앙리의 유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만큼 가벼운 노래가 아니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래입니다. 동시에 아름다운 선율과 의지에 찬 확신 있고 힘 있는 가사를 가지고 있어서, 한국의 This is the moment라고 불리기도 하더랍니다.(출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사실 이 노래의 맥락이 되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설정된 세계관을 빼고 본다면, 프로포즈 송으로도 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노래의 화자는 청자에게 엄청난 확신과 신뢰,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로 인해 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고, 너와 함께 꾸는 그 꿈을 난 너무나도 신뢰하고 사랑한다. 설령 그게 눈 앞에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얼마나 청자로 하여금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고백인지요.

 

이 노래를 부르는 중 빅터는 눈물을 보이는데, 아마 이러한 고백이 너무 감사하고 그러한 친구를 곧 잃는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일 것입니다.

 

4.

 

이 고백은, 단순한 의견의 일치에서 나올 수 있는 고백이 아닐 것 입니다. 저는 두 사람이 연합된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연합은,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 서로 합동하여 하나의 조직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 연합된 두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목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 연합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있는 사람들로는 누가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작년 겨울 제가 정말 좋아했던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3 : 블랙가넷이 생각났습니다. 혹시 보신 분 있으신지요? 

 

 

5.

더 지니어스는 시리즈 프로그램입니다. 각 시리즈 마다 룰은 조금 다르지만, 전체적인 룰은 같습니다. 매 회차마다 여러명이서 게임을 진행하고 매 회차마다 한 사람씩 떨어지는데, 이 게임이라는 것이 얄궂어서 고도의 심리전과 두뇌전을 수반하는 룰의 게임입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연합과 배신을 동시에 잘 사용해야 하는 게임들이라서, 단체전 같지만 개인전 같은 게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각 회차마다 여러 게스트들 사이의 필요에 따른 연합이 생성되고 파산되고가 반복되었는데, 보통 2회차를 넘긴 연합이 많지는 않았다고 합니다(전 시즌 12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더 지니어스 시즌 3에서, 6회부터 마지막 12회까지도 계속 된 연합이 있었으니, 그것은 장동민(30대 중반의 개그맨)-오현민(20대 초초초반의 대학생)’, 이른바 쌍민 연합이었습니다.

 

이 콤비는 좀 특별하였습니다. 처음 결성된 6회 때 부터, 장래를 예약하였습니다. 둘은 같이 결승전에 오르기라는 목적을 가지고, 매회 같이 플레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승전까지의 보험, 어떻게 보면 불가침 조약이라고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매 회마다 게임이 진행되고 같이 플레이를 해나가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오현민은 후에 말하기를, ‘처음에는 50%로 시작한 신뢰가 나중에는 200%로 쌓아 올려졌다고 하였습니다. 한 번은, 오현민이 맘 먹고 장동민 뒤통수를 치면 1등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오현민은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후의 자신 말로는, “갑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장동민을 배신하기에는 그동안 너무 많은 정을 준 거 같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과연 실제 사회로 와서도 저 둘이 연합할 수 있을지, 그리고 또 다시 만나게 될 더 지니어스 4’(두 사람은 더 지니어스 4의 라인업에 올랐습니다)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아직 모르지만, 우승을 위하여 배신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더 지니어스에서 정말 보기 힘든 아름다운 조합이었습니다.

 

전 시리즈 더 지니어스 2’에서는 여러 출연자들이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였는데, 그 때 보다 훨씬 재미도 있었고 볼 만하였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평이었습니다. 후에 결승전에서는, 쌍민 연합이 결승전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소원을 성취했다며, 누가 이기든 둘 다 응원하고 싶고 서로가 정정당당하게, 즐겁게 게임 그 자체를 플레이하길 바란다는 의견도 다수였습니다(그 중 한명). 사람들은 자극적인 재미보다, 서로를 인격체로 대우하여 사랑하는 즐거움을 더 좋다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6.

다시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빅터의 의견이 결국 옳은 의견이었는가, 거기에 동조한 앙리는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가에 대한 문제는 다루지 않고 싶습니다. 빅터의 생각은 누가 보기에도 끔찍한 결과를 결국 낳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우리는 적어도, 빅터 프랑켄슈타인보다는 더 나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우리는 더 나은 세계의 도래가 끔찍한 창조를 통하여 온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기 때문입니다그런 우리에게 앙리 뒤프레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헌신은 많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상이 반드시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도 있을 것이고요. 그런데 이것은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그들과 완전히 연합하고 있습니까?

학교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 학교를 위하여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얼마전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당장 학교에서 결산감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지나치려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이토록 완악해서, 생각은 잘 할뿐이지 행동으로 옮기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생각은 정말 간절한 생각이 아닙니다. 저는 학교의 의를 위하여 노력하고자 하는 그들과 연합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동안 학교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 제 자신이 부끄럽고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연합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것은, 우리 생각에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닌지요. 생각은 줄기차게 하는데, '행동으로 옮기자니 생기는 그 귀찮음'과 '현실의 그 넘어보지 않고도 넘기 힘들다고 가정해버린 벽' 앞에 항상 지고 있지는 않은지요. 지금 우리는, 진정으로 연합하고 있습니까?

 

 

 

 

 

- 좀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직 6월 2일 안되었으니, 세이프..?


WRITTEN BY
파다고기

,

Es war einmal ein König
옛날 옛날 한 임금님이 있었는데 

der lebte mit seinem Sohn in einem Schloss
아들과 함께 어떤 성에서 살았어요. 

das lag in einem Zaubergarten
성은 마법의 뜰 안에 자리하고 있었지요. 
 

Und weil der König alt
그리고 임금님이 나이가 들었고 

und von der Welt enttäuscht war
세상에 실망했기 때문에 

war die Mauer sehr hoch
벽은 높디 높았고 

und das Tor immer zugesperrt
문은 언제나 잠겨 있었어요. 

Es gibt, sprach der König keinen besseren Ort
임금님이 말하기를
 이 세상엔 더 나은 곳도 없단다.  

Doch die Sehnsucht sprach zum Prinzen:
하지만 그리움이 왕자에게 일러주기를 

Du musst hier fort!
넌 여기를 떠나야해! 

 

Manchmal nachts fält Gold von den Sternen
때때로 밤이면 별들에서 황금이 내리는데 
 

Du kannst es finden
너는 그것을 찾을 수 있을거야. 

da draussen, wo noch keiner war
저 바깥,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곳에서. 

Sein heisst Werden, Leben heisst Lernen
존재한다는 것은 되어가는 것, 산다는 것은 배워가는 것 

Wenn du das Gold von den Sternen suchst
네가 별들의 황금을 찾으려거든 

musst du allein hinaus n die Gefahr
홀로 위험 속으로 향해야 한단다. 

 

 

Da draussen wirst du scheitern
저 바깥에서 너는 실패할거야 

sprach der Vater zum Sohn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Genau wie ich
꼭 내가 그랬듯이. 

Drum bleib in unserm Zaubergarten!
그러니 머물러 있거라
우리의 마법의 뜰에!

 Ich geb dir Sicherheit
내가 널 보호해주마! 

Nur um dich zu beschützen ist die Mauer so hoch
오로지 널 지키기 위해 벽은 높디 높고

und das Tor immer zugesperrt
문은 늘 잠겨있는 거란다. 

 Die Liebe des Königs sprach aus jedem Wort
임금님의 사랑은
모든 말씀에서 드러났습니다.

Doch die Sehnsucht sprach zum Prinzen:
하지만 그리움이 왕자에게 일러주기를 

Du musst hier fort!
너는 여기서 떠나야해! 

 

Am Rand der Welt fällt Gold von den Sternen
세상의 가장자리에서는 별들로부터 황금이 내린단다. 

Und wer es findet
그리고 그것을 찾아내는 이는 

erreicht, was unerreichbar war
이룰 수 없었던 것을 이루어내지. 

Sein heisst Werden, Leben heisst Lernen
존재한다는 것은 되어가는 것, 산다는 것은 배워가는 것 

Wenn du das Gold von den Sternen suchst
네가 별들의 황금을 찾으려거든 

musst du allein hiaus in die Gefahr
홀로 위험 속으로 향해야 한단다. 

 

Lieben heisst manchmal loslassen können
사랑한다는 것은 때때로 놓아줄 수 있음을 뜻하지 

Lieben heisst manchmal vom Geliebten sich trennen
사랑한다는 것은 때때로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떨어짐을 뜻하지 

Lieben heisst, nicht nach dem eignen Glück fragen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행복에 대해 묻지 않는 것을 뜻하지 

Lieben heisst unter Tränen zu sagen:
사랑한다는 것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해줄 수 있음을 뜻하지. 

 

Weit von hier fällt Gold von den Sternen
여기서 머나먼 곳에 별들로부터 황금이 내리는데 

Du kannst es finden
너는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da draussen, wo noch keiner war
저 바깥, 아직 아무도 가 본 저 없는 곳에서. 

Sein heisst Werden, Leben heisst Lernen
존재한다는 것은 되어가는 것, 산다는 것은 배워가는 것 

Wenn du das Gold von den Sternen suchst
네가 별들에서 내린 황금을 찾으려거든 

musst du fort von Zuhaus
집으로부터 떠나 

und nur auf dich gestellt
너 혼자만을 의지한 채 

allein hinaus in die Welt voll Gefahr
홀로 위험으로 가득찬 세상으로 나가야 한단다 

In die Welt voll Gefahr
위험으로 가득찬 세상으로

 


 


0. 

  사실 전부터 근질근질하던 소재입니다. 이 뮤지컬의 '황금별'이라는 넘버는 너무 슬프지만 현실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서, 전부터 다루고 싶던 곡이었습니다. 그러나 억누른 이유는, 제가 실제로 본 뮤지컬이 아니라서 맥락에 벗어나게 이해하고 있음이 들킬까봐(혹시 쪽팔릴까봐)였습니다. 제가 어찌 보지 않은 뮤지컬에 대해서 논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노래 한 곡이라고 해도, 그것 또한 뮤지컬인데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용기가 생겼습니다. 첫째로는, 궁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이미 소재고갈이라는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둘째로는, 그립기 때문입니다. 수능 준비하던 고등학교 시절 이 노래만 들어도 힘이 나던 제 자신이 요즘 너무 그립기 때문입니다. 셋째로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맥락에 벗어나면, 아무렴 어떻습니까. 맥락에 벗어난 그것 또한 제 인생에서는 크게 작용했는걸요. 후에 정말 뮤지컬 모차르트를 보고, 아 이것은 원래 이러한 의미였는가를 다시 알고 보면 또 새로울텐데요.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정하였습니다. 실수를 해야 뭐가 틀렸는지 알 수 있지않습니까.

 

 

1.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좀 쳤다 하는 사람이라면 모차르트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시 바이엘도 겨우 치는 저에게,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나쁜 사람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와 친구들을 비교하는 잣대였습니다. 악보에 대하여 거부감을 느끼던 저에게 자괴감을 안겨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부르크뮐러처럼 간단하게 멜로디만 전달하지도 않으면서, 어려운 콩나물대가리들이 잔뜩 그려놓은 사람들 이었습니다. (무식하고 어리석었던 저를 용서하세요.) 하지만, 이 모차르트가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그가 어떤 인생을 살다 갔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작곡가 모차르트가 아닌, 인간 모차르트를 들려줍니다.

 


2. 

  저는 단지, '황금별'이라는 넘버를 처음 듣고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하여 시놉시스를 읽었습니다. 그것을 대충 설명하자면,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모차르트에게 거는 기대가 컸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성공하기를 바라셨고, 그렇게 되도록 많은 노력을 하신 듯 합니다. 그 노력이 모차르트에게는 결국 악영향으로 다가왔고, 그를 지켜보던 발트슈타텐 남작부인이 부르는 넘버가 바로 '황금별'입니다.

 

뜬금 없는 이미지에 죄송. 도저히 이 문단에는 모차르트의 스틸컷을 넣기가 민망했습니다. 사진 출처는 네이버 게임대백과(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885&contents_id=20145>)


3. 

  어렸을 때,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아이의 생일을 설정할 수가 있는데, 그 별자리에 따라 아이의 성향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그 성향마다 아이는 어떤 분야의 교육을 더 잘 받기도 하고, 어떤 분야의 아르바이트를 좀 더 잘 수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늘 키울 때 마다 제가 관심 있고 더 배우고 싶던 피아노를 가르쳤고, 제일 돈을 많이 버는 농장 아르바이트를 시키곤 하였습니다. 딸내미마다 체력과 근성이 못 버티어 농장일을 하다가 쓰러지기도 하였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잔인한 일이긴 합니다만. 과제에 치이고 사는 요새 갑자기 일탈을 하고 싶어 게임을 다운받아서 해보았습니다. 옛날의 제 근성이 안 나와서 제가 원하는 대로 교육시키기를 포기하다가, 결국 딸의 원래 성향대로 키워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돈도 잘 벌리고 수월합디다. 제가 원하는 엔딩은 안 나왔지만, 딸도 딸 나름대로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알바는 잘하니까 시급도 잘 오르고 그러더라고요. 그 때 주마등처럼 제가 어릴 때 키워냈던 딸들이 생각났는데, 어쩐지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랍니다. 만약 그 아이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아이들이었다면, 저를 얼마나 미워할까요. 그런 애가 지금 학교에서 교직 이수를 받으려고 공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4. 

  사랑은, 놓아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치하는 걸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나의 생각대로 조종하려는 순간, 그건 사랑이 아니라 강요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 성장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모든 사랑의 형태가 그러합니다. 강제와 억압에 짓눌린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합니다. 하다 못해 옷도 스스로 못 입습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자신의 강요자에게 그것을 물어야합니다. 허락받지 못하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고 정당한 근거가 있을 지라도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립니다. 싸우기 싫기 때문입니다.왕자는 왕이 없어지는 순간,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왕이 바라던 모습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대로 갈 것을 강요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인격체로 보지 못하는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격체로 보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기계처럼 하나님께서 조종하시는 대로 이끌려 살아갔을 것입니다. 대신에 한번도 엇나가는 일은 없겠지만, 스스로 순종하는 기쁨은 누리지 못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억지로 순종하는 것이 아닌,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순종하기를 원하셨기에 자유의지를 허락하셨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입니다.

 

 


5. 

  그렇다고 이 글은 저격글도 아니며, 아이를 자신의 마음대로 키우려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글도 아닙니다. 제가 앞서 말한 Rent의 게시물처럼, 어찌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가 스스로 일어서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게 하는 것인가? 어느 것이 옳다기 보다는, 어느 것이 행복한 것인가를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때 행복하지 않습니까? 그게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P.S. 발트슈타텐 남작부인은 영원히 신영숙씨일줄 알았는데, 차지연씨도 또 다른 감동이 있더랍니다. 그리고 모차르트역으로 나오신 김준수씨가 부르신 황금별도,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차지연 황금별 https://www.youtube.com/watch?v=zlL8shrre34

신영숙 황금별 https://www.youtube.com/watch?v=DdRktR8-xTU

김준수 황금별 (2분 20초 경부터 시작) https://www.youtube.com/watch?v=eVxRiqxBr9o



WRITTEN BY
파다고기

,

 

 

525,600 minutes, 525,6000 moments so dear

525,6000분의 귀한 시간들

 

525,600 minutes. How do you measure, measure a year?

525,600분들. 1년을 어떻게 잴까요?

In daylights, in sunsets

햇빛으로, 해질녘으로

 

In midnights, in cups of coffee

자정으로, 커피컵으로

 

In inches, in miles, in laughter, in strife

인치로, 마일로, 웃음으로, 분쟁으로

 

In 525,600 minutes

525600분의 시간

 

How do you measure a year in the life?

인생에서 1년을 어떻게 잴까요?

How about love?

사랑은 어때요?

Measure in love

사랑으로 잽시다

Seasons of love

사랑의 계절이죠

 

 

나 어제부터 알바 시작했잖아, 치킨집에서.”

, 그 집 앞에 있는거? 근데 부럽다, 가깝잖아.”

가까운거 빼고 메리트 없어. 나 완전 잡혀 살어.”

?”

나 알바 경력이 없으니까, 엄청 무시해. 그 나이 먹도록 알바도 안 해봤냐고. 아무튼 요즘 애들은 부모한테 손 벌릴 줄만 안대. 내가 안 벌리고 싶어서 안 벌렸나? 학교 다니느라 시간이 없던 거지. 내가 내 공부 하느라 알바 안하겠다는데, 뭔 상관이야? 지가 뭔데 날 평가해? 자기는 악착같이 돈만 벌려는 속물 주제에.”

 

0.

 

 

사람의 가치관은 그 사람의 역사에 좌우됩니다. ,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생각의 틀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 가치관에 따라 사람들은 서로를 평가하거나 평가 받곤 하지요. 어렸을 때부터 악착같이 살아온 사람들은 곱게만 자란 사람을 두고 온실 속의 난초라고 평가할 것입니다. 또 친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어 의심만 늘어버린 사람은 순진한 사람을 두고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라고 평가하겠지요. 이 평가를 듣고 아니꼽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특히나 평가를 받는 당사자들은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홧김에 역으로 평가자들을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속물’, ‘깡만 남은 독한 사람등등으로요.

 

그러나, 남을 평가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그 사람이 되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치킨집 사장님의 인생은 정말 산전수전의 연속이었고, 맨날 사장님께 혼나는 알바생이 그 인생을 직접 겪어보게 된다면, 자신의 고고한 가치관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1.

 

뮤지컬 ‘Rent'의 주제곡인 ‘Seasons of Love'는 간단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와 간단하면서도 아름다운 가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뮤지컬 ’Rent‘의 수록 곡 중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합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곡이라, 뮤지컬의 내용은 몰라도 이 곡의 인트로를 아는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곡은, 뮤지컬 내용을 이해해야 진정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2.

 

뮤지컬 Rent의 주인공들은, 세상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볼 때, 하나같이 비참합니다. 에이즈 환자라던가, 동성애자 같은, 세상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하는 삶을 보내게 됩니다. 에이즈에 걸렸던 과거 연인이 자살한 상처를 갖고 있는 로저는 에이즈 환자인 미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바람둥이에 몽상가인 모린은 논리적인 조앤을 사랑하게 되고, 강도들에게 쫓겼던 콜린은 자신을 구해준 앤젤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렇게 삶을 지내던 어느 날, 각 커플들은 사랑 하나 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로저는 미미의 전 남자 친구가 자신과 적대 관계에 있는 베니라는 사실을 알았고, 조앤은 모린의 끝없는 바람기를 참을 수가 없었으며, 앤젤은 죽기 직전의 몸 상태가 됩니다. 그 가운데서, 앤젤과 콜린 커플만이 사랑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근근히 버텨 나갑니다. 그러나 결국, 앤젤마저 죽습니다. 서로의 불화로 흩어져 있다가 앤젤의 장례식을 계기로 모인 주인공들은, 서로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을 알고 다시 헤어집니다.

 

 

3.

 

아직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하여 전개를 끝까지 밝힐 순 없지만, 뮤지컬 Rent의 주인공들은 이와 같이 힘겨운 삶을 견뎌낸 사람들입니다. 세상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볼 때,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이들에게는 잃고 잃고 잃다보니 사랑만이 남았고, 그것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겪어볼 만큼 겪어보았더니 제일 남는 것,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 삶에서 제일 중요한 그것이 사랑이더라, 그러니 그것을 삶의 기준으로 삼자라고 말하는 것일 겁니다. 특히나 이들의 메시지가 더 와 닿는 이유는, 그 배경 때문일 것입니다. 그냥 사랑으로 인생을 잽시다. 그것이 제일 적절한 기준이기 때문이죠,’ 라고 하는 것 보다, ‘내가 겪을 만큼 겪어봤고, 힘들 만큼 힘들어봤는데 제일 남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랑이더라. 사랑으로 인생을 잽시다.’ 라고 말하는 것이 더 와닿지 않나요? 

한 사람의 역사는 중요합니다. 어떤 과거를 갖고 있고 어떤 일들을 경험했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 그 가치관에 따라서 사람은 말과 행동을 내보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합니까? 단순히 보여지는 그것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있진 않나요?

 

 

P.S. 만약 우리가 내일 죽는다면, 우리는 오늘 사랑하지 못했음을 후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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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다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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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11월, 충무아트홀 까지 찾아가 봤던 뮤지컬 '그 날들'은 여러 의미로 걸작이었습니다. 기타 한 대로 배짱 있게 고백하던 故 김광석의 '변해가네'는, 무영과 정학의 웅장한 우정이 돋보이는 곡으로 편곡 되었고, 자신의 애매한 마음을 털어놓았던 '기다려줘'는, 센스 있는 넘버 배치로 내용 전개와 웃음 포인트를 단번에 잡았습니다. 매 장면마다 센스있는 편곡과 선곡이 돋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뮤지컬 '그 날들' 중 제일 인상깊던 부분은, 마지막 장면 그리고 마지막 넘버였습니다.

 

1.

 하나는 또 1등을 했습니다. 수지도 분명 바이올린을 잘 켜는데, 항상 1등은 하나 몫이었습니다. 같은반 친구들은 그것을 두고 수근덕 대곤 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하나의 1등 비결은 딱 하나였습니다. 대통령 딸이기 때문에.

  하지만, 수지도 하나도 그런 걸로 서로 싸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경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요. 둘은 분명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2등을 가리기 위해 켜는 바이올린 두 곡 보다, 둘이 같이 연습한 바이올린 2중주 한 곡이 더 낫다는 것을.

 수지의 아빠 정학 또한 그런 우정이 있었습니다. 그와 청와대 경호원 동기인 무영은, 이상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분명 산에 올라갈 때는 남자의 발자국과 여자의 발자국이 있었는데, 내려올 때는 남자의 발자국 뿐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무영이 본래 간첩이었는데 중국 통역원인 여자를 꼬셔놓고, 간첩으로서 필요한 정보가 없으니 죽였다고 말들 했습니다. 차정학은 이상한 죽음에 대하여 오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알던 무영을 믿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생각할 도리가 없어 그냥 추억으로 묻어둘 뿐이었습니다.

  갑자기 어느 날, 대통령 딸인 고하나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행적을 뒤쫓다 보니, 자꾸 강무영의 예전 행적과 겹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를 결국 발견했을 때, 그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신발을 빌려주고 내려가게 한 다음, 혼자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2.

 이 모든 갈등이 해소된 다음, 마지막 장면에서 불려지는 넘버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입니다. 경쟁이 아닌 바이올린 2중주를 원하던 두 소녀, 하나와 수지를 시작으로 이미 극 중에서 亡者가 된 무영을 제외한 전 캐스트가 나와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곡을 합창합니다. 그리고 이 넘버의 중간 간주 때, 무영이 무대로 나와서 모두를 흐뭇하게 보고 간 뒤, key up 이 되어 더 애절한 느낌으로 노래가 다시 이어집니다.

 무영은, '지금 세대에서 잊혀져 가지만 반드시 기억해야할 순수한 그것'으로 보였습니다. 한 여자를 사랑해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누명까지 쓰게 되는, '사랑'이라고 줄일 수 있는 그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전체 캐스트들은,  마치 그 '사랑'을 그리워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3.

 요즘 같은 시대에, 한 공동체가 모두 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더욱이, 그 한 마음이 지금 세대에서 제일 뒷 순위로 밀려난 '사랑'이라면, 그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팍팍한 세상 속에서도 결국 모두의 궁극적인 이상으로 취급되는 것이 그 '사랑'입니다. 그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故 김광석씨의 노래에 대한 그리움과 합쳐서 만들어진 뮤지컬이, '그 날들'인 것 같습니다.

 

 

4. 처음이기에 할 수 있는 말

 어느 추리 소설에서, 범인이 벽에 쓴 범인의 글씨로 그의 키를 알아낸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키에 맞게 글씨를 쓰다보니, 글씨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서 키를 추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뮤지컬을 포함한 모든 창작물 또한 그렇습니다. 하다못해 아주 허상적인 공상과학 소설도 결국은 우리네 삶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물입니다. 그러다보니, 작품에는 '우리'가 보이곤 합니다.

 저는 뮤지컬을 안다고 하기에는 너무 모르는 것이 많고, 좋아한다고 하기에도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대신에, 뮤지컬을 통해 '너, 나, 우리'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그것을 조금이나마 기억하여 삶에서 실천하고자, 흔적을 남깁니다. 이 글이 언제 어디서 당신에게 읽혀질지 모르지만, 불쾌감만은 안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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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다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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