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장군은 천국에 들어갔을까?


90년대 초 크리스찬 유학생들 사이에 코스타(KOSTA-Korean Students All nations)가 한창 인기였다. 코스타는 지구촌교회에서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던 일종의 수련회였다. 타지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공부하고 있던 외로운 유학생들에게 한국의 명강사들이 전해주던 진지한 하나님에 대한 말씀은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코스타는 특강을 제공하면서 강의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지금으로 치면 선택강의인 셈이다. 한국에서 이름 꽤나 날리던 명강사들에게 선택강의는 자칫 굴욕적인 순간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것이 그 때 당시로써는 꽤나 흥미로운 요소였고(왜냐하면 당시에는 수련회 특강시간을 선택강의로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유학생들의 니즈(needs)를 채워주고 구미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당시 코스타에 강사자격으로 참가했던 한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내게 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 강사는 국내에서 해당 분야 1인자로 명성을 날리던 분이었고, 그 분야에서 누구도 견줄 수 없을만큼 내공이 있는 분이었다. 이 강사께서 강의를 하기 위해 클래스에 들어갔는데 당신 강의 인생에 단 한 번도 없었던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그 넓은 강의실에 수강생이 몇 명 없었던 것이다. 강사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고, 이게 무슨 일인가하여 알아보니 동시간대 바로 옆 강의실에 수강생들이 전부 몰린것이었다. 당신과 함께 초빙받아 온 교수님께서 “과연 이순신장군은 구원을 받았겠는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셨고, 이 자극적인 주제가 많은 유학생들의 호기심과 구미를 이끌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클래스에는 수강생들로 붐볐고,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 강사도 이듬해에는 주제를 자극적인 것으로 바꾸어  많은 수강생들을 유치했다는 이야기였다.  


과연 이순신장군은 구원을 받았을까?





강사분께 듣기로는 이 주제로 강의를 하셨던 교수님께서 결국 '이순신장군이 구원을 받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은 내리시지 않았다고 한다. 사견이지만 아마도 교수님께서 명쾌한 답을 내리셨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한국교회의 전통적인 답과 별반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순신장군이 구원을 받았는가’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한국교회의 전통적인 답과 결론부만 놓고 보면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바라보는 것에 있어서 한국교회의 태도와 사뭇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한국교회가 이런 종류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참으로 성의없고 성급하게 ‘그렇다’ ‘아니다’ 라고 말해왔던 태도에 대해 적지않은 불만을 품고있다. 따라서 나는 앞으로 살펴 볼 혼전순결, 술, 담배, 카톨릭, 락음악, 일본 문화와 같은 우리네 삶과 밀접하게 관계되어있지만, 교회가 민감하다는 이유로 혹은 다른 이유들로 제대로 답해주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현역 교역자로써 진지하게 대답해보고자 한다. 





나는 답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아마도 나는 답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네 인생 이야기는 그렇게 쉽게 답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년전 KBS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C가 이야기하던 것이 생각난다. 어느 과목이 가장 좋냐는 질문에 '수학'이라는 의외의 대답을 한 김C는 답이 정확하게 있는 수학이 인생을 살아보니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답한바 있다. 참으로 근사한 대답인 거 같다. 수학외에 인생의 복잡해 보이는 어떤 것이 명확한 답을 갖고 있겠는가. 사실 엄밀히 말하면 수학도 답이 명확하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수정도나 되어야 명확하지 수학은 상당부분 근사치를 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래서 미적분이 있는 거 아니겠는가) 수학도 답이 명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이렇듯 우리네 삶과 연관되어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답을 내리기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나는 앞으로 쓰게 될 글들의 목적이 답을 내림에 있지 않다는 것을 먼저 밝혀두고 싶다. 목적을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교회에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답을 내려주고 싶은 교역자가 그래도 조금은 있다는 것 정도를 알려주고 싶다. 또한 그런 교역자들이 이런 글을 통해 소통하고 싶다는 것 정도를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가지 희망적인(?) 이야기는 답을 내릴 순 없어도 수학처럼 답(하나님의 뜻)에 최대한 근사한 값을 내고자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희망적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프롤로그는 여기서 마치고, 다음화는 내 필명(노부타를 프로듀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WRITTEN BY
파다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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