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두근거려

널 만난 그 순간 기적 같아

꿈꾸는 너의 두 눈동자에 난 눈을 뗄 수 없었어

강렬하게 사로잡는, 너의 생각, 너의 신념, 너의 의지, 그 속의 너

 

이제껏 나 살았던 인생들 모든 걸 다 의심했던 순간

태양처럼 다가온 널 보면 그동안 나 얼마나 초라한지,

 

어쩌면 우리 처음 만난 날(우리 처음 만난 그 순간), 그 날에 정해졌던 운명.

이제야 알게 되었을 뿐, 지금 그 순간이 다가온 거야

날 위해 울지마, 이것만 약속해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함께 꿈꿀 수 있다면, 죽는데도 후회하지 않아(괜찮아, 행복해)

내가 가진 모든 걸 버리고 너의 그 꿈 속에 살 수 있다면 나..

 

네가 말해주는 미래가 내 앞에 펼쳐지지 않는다 하여도(해도)

어차피 그 날의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다시 사는 내 인생도 없었을 거야

 

너와 함께 꿈 꿀 수 있다면 죽는데도 괜찮아, 행복해

내가 가진(믿던) 모든 걸 버리고 너의 그 꿈 속에 살 수 있다면

나약했던 내 과거를 모두 잊고 너와 함께 새 세상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나

너의 꿈에 살고 싶어

 

※앙리 역은 박은태 배우와 한지상 배우의 더블캐스팅인데, 두 분이서 부르시는 가사가 조금씩 다릅니다.

저는 한지상 배우의 가사를 중심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박은태 배우가 부른 가사는 괄호안에 따로 넣어두었습니다.

앙리역의 박은태, 빅터역의 이건명이 출연한 프레스콜 무대 : https://www.youtube.com/watch?v=SICcvIB6gGE

제작발표회에서 부른 앙리역의 한지상 배우 : https://www.youtube.com/watch?v=3C8PR3GLjJw

 

 

 

 

0.

수능이 끝나기만을 바라던 고3 시절에, 눈여겨보던 뮤지컬이 있습니다. 손으로는 끊임없이 국어영역을 풀고 인터넷수능을 들여다봤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뮤지컬이 있습니다(쓰고 나니, 자랑은 아니군요). 그러나 돈이 안 생겨 결국 못 보겠지 라며, 결국엔 포기하려던 뮤지컬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원하던 대학에 붙지 하여 눈칫밥을 먹으며 살던 2월 초, 어쩌다 보니 돈이 생겼더랍니다. 혹시나 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4명의 배우들(이건명, 한지상, 리사, 서지영)로 이루어진 날이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엄청난 확률로 딱 하루가 있었습니다. 당장에 예매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추가합격 통보를 받아 합격한, 원하던 대학에서 맞이한 첫 4월에, 당당히 프랑켄슈타인을 보러갔습니다. 이렇게 저의 프랑켄슈타인앓이가 시작되었습니다.

 

 

 

1.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의 기괴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소재만 따왔을 뿐, 내용 전개는 전혀 다릅니다(혹시나 해서 직접 읽어봄). 게다가 우리가 아는 그 거대한 못이 귀 위에 박힌 그런 징그러운 프랑켄슈타인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에, 침을 줄줄 흘려도 잘생기고 멋있는, 한지상 괴물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법을 알아내어 생명을 창조한 미친 과학자가 아니라, 큰 눈을 가진 슬픈 소년의 과거를 간직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나옵니다. 소설과 뮤지컬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주인공의 이름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것과, 배경이 스위스 제네바라는 것입니다. 아마 공포영화를 생각하고 보시는 분이라면, 실망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2.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프레스콜 현장 촬영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MpaBaIbh4Ic : 빅터역의 유준상, 앙리역의 박은태)으로도 볼 수 있는 넘버 단 하나의 미래를 보면 뮤지컬의 흐름, 분위기를 대충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강 말하자면, 생명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내용의 노래인데, 빅터는 생명을 창조할 수 있으며 과학은 위기의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구원자라고 주장합니다. 그에 반해, 앙리는 과학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도구이며 인간의 야망은 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점점 둘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앙리는 빅터의 의견에 동의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과학은, 전쟁으로 인해 죽이는 과학 위주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살리는 과학, 즉 생명의 주체자가 되어 생명을 되살리는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결국, 앙리는 빅터의 의견에 동의하게 되고 그와 뜻을 함께 하게 됩니다. 그 목적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리고 둘은, 함께 연구를 하면서 친구 그 이상의 관계를 쌓게 됩니다.(왕용범 연출은, 두 사람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지칭하였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하던 중 갑자기 앙리가 처형 위기에 처합니다. 이유인 즉슨,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질러버린 친구 빅터를 대신하여 죄를 뒤집어 쓴 것이었습니다. 빅터는 자신의 죄라고, 자신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호소했지만, 미치광이로 찍힌 빅터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빅터는 결국 감옥에 있는 앙리를 찾아가, 사실대로 말하고 자신이 죗값을 담당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앙리는 말합니다. “니가 살아야, 우리 연구 계속 할 수 있잖아.”

 

그리고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친구야, 우리 처음 만난 때 생각난다.”

3.

그리고 이 장면에서 불려지는 노래가 너의 꿈속에서입니다. 이 노래가 끝나고 앙리는 처형되니(스포일러 죄송), 앙리의 유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만큼 가벼운 노래가 아니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래입니다. 동시에 아름다운 선율과 의지에 찬 확신 있고 힘 있는 가사를 가지고 있어서, 한국의 This is the moment라고 불리기도 하더랍니다.(출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사실 이 노래의 맥락이 되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설정된 세계관을 빼고 본다면, 프로포즈 송으로도 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노래의 화자는 청자에게 엄청난 확신과 신뢰,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로 인해 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고, 너와 함께 꾸는 그 꿈을 난 너무나도 신뢰하고 사랑한다. 설령 그게 눈 앞에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얼마나 청자로 하여금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고백인지요.

 

이 노래를 부르는 중 빅터는 눈물을 보이는데, 아마 이러한 고백이 너무 감사하고 그러한 친구를 곧 잃는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일 것입니다.

 

4.

 

이 고백은, 단순한 의견의 일치에서 나올 수 있는 고백이 아닐 것 입니다. 저는 두 사람이 연합된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연합은,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 서로 합동하여 하나의 조직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 연합된 두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목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 연합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있는 사람들로는 누가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작년 겨울 제가 정말 좋아했던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3 : 블랙가넷이 생각났습니다. 혹시 보신 분 있으신지요? 

 

 

5.

더 지니어스는 시리즈 프로그램입니다. 각 시리즈 마다 룰은 조금 다르지만, 전체적인 룰은 같습니다. 매 회차마다 여러명이서 게임을 진행하고 매 회차마다 한 사람씩 떨어지는데, 이 게임이라는 것이 얄궂어서 고도의 심리전과 두뇌전을 수반하는 룰의 게임입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연합과 배신을 동시에 잘 사용해야 하는 게임들이라서, 단체전 같지만 개인전 같은 게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각 회차마다 여러 게스트들 사이의 필요에 따른 연합이 생성되고 파산되고가 반복되었는데, 보통 2회차를 넘긴 연합이 많지는 않았다고 합니다(전 시즌 12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더 지니어스 시즌 3에서, 6회부터 마지막 12회까지도 계속 된 연합이 있었으니, 그것은 장동민(30대 중반의 개그맨)-오현민(20대 초초초반의 대학생)’, 이른바 쌍민 연합이었습니다.

 

이 콤비는 좀 특별하였습니다. 처음 결성된 6회 때 부터, 장래를 예약하였습니다. 둘은 같이 결승전에 오르기라는 목적을 가지고, 매회 같이 플레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승전까지의 보험, 어떻게 보면 불가침 조약이라고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매 회마다 게임이 진행되고 같이 플레이를 해나가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오현민은 후에 말하기를, ‘처음에는 50%로 시작한 신뢰가 나중에는 200%로 쌓아 올려졌다고 하였습니다. 한 번은, 오현민이 맘 먹고 장동민 뒤통수를 치면 1등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오현민은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후의 자신 말로는, “갑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장동민을 배신하기에는 그동안 너무 많은 정을 준 거 같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과연 실제 사회로 와서도 저 둘이 연합할 수 있을지, 그리고 또 다시 만나게 될 더 지니어스 4’(두 사람은 더 지니어스 4의 라인업에 올랐습니다)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아직 모르지만, 우승을 위하여 배신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더 지니어스에서 정말 보기 힘든 아름다운 조합이었습니다.

 

전 시리즈 더 지니어스 2’에서는 여러 출연자들이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였는데, 그 때 보다 훨씬 재미도 있었고 볼 만하였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평이었습니다. 후에 결승전에서는, 쌍민 연합이 결승전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소원을 성취했다며, 누가 이기든 둘 다 응원하고 싶고 서로가 정정당당하게, 즐겁게 게임 그 자체를 플레이하길 바란다는 의견도 다수였습니다(그 중 한명). 사람들은 자극적인 재미보다, 서로를 인격체로 대우하여 사랑하는 즐거움을 더 좋다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6.

다시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빅터의 의견이 결국 옳은 의견이었는가, 거기에 동조한 앙리는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가에 대한 문제는 다루지 않고 싶습니다. 빅터의 생각은 누가 보기에도 끔찍한 결과를 결국 낳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우리는 적어도, 빅터 프랑켄슈타인보다는 더 나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우리는 더 나은 세계의 도래가 끔찍한 창조를 통하여 온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기 때문입니다그런 우리에게 앙리 뒤프레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헌신은 많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상이 반드시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도 있을 것이고요. 그런데 이것은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그들과 완전히 연합하고 있습니까?

학교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 학교를 위하여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얼마전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당장 학교에서 결산감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지나치려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이토록 완악해서, 생각은 잘 할뿐이지 행동으로 옮기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생각은 정말 간절한 생각이 아닙니다. 저는 학교의 의를 위하여 노력하고자 하는 그들과 연합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동안 학교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 제 자신이 부끄럽고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연합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것은, 우리 생각에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닌지요. 생각은 줄기차게 하는데, '행동으로 옮기자니 생기는 그 귀찮음'과 '현실의 그 넘어보지 않고도 넘기 힘들다고 가정해버린 벽' 앞에 항상 지고 있지는 않은지요. 지금 우리는, 진정으로 연합하고 있습니까?

 

 

 

 

 

- 좀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직 6월 2일 안되었으니, 세이프..?


WRITTEN BY
파다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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